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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기의 호루라기' 자처한 명진 스님

"빨지도 않은 걸레를 행주로 다시 써달라고?
젊은이들 투표 안하면 노예적 삶 살게 될 것"

12.12.12 12:07 장윤선(sunnijang) © 2012 OhmyNews

 

"쌍용자동차 철탑농성 22일째. 금일봉을 드릴까 하다가 철탑 위가 너무 춥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구스다운 점퍼를 샀다. 한 벌에 100만 원짜리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비싼 건 평생에 입어보지 못했다. ㅋㅋㅋ 크리스마스 선물? 얼어죽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우리 모두 박근혜 후보처럼 살 길이 막~막해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절대로 웃음을 잃지 않는 해맑은 스님이 있다. 열악해도 심각해도 절망 속의 침울함 속에서도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사춘기를 앓고 계신 스님. 바로 명진 스님이다. 

21일간 잠을 안 자고 올리는 기도를 마친 명진 스님은 11일 서울 한남동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살 길이 막막하네~"라고 농을 섞어 말했다. 이 말은 대통령 선거 1차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받은 당시 6억 원(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은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셔서 동생들과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대선 D-8일을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간의 지지율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자 명진 스님이 '위기의 호루라기'를 자처했다. 투표율을 올려서 '바꾸자'고 나선 게다.

"과거청산 제대로 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문 열 수 없다"

명진 스님은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문은 열 수 없다"며 "박정희 유신시절에 벌어진 온갖 사건들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도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갈등과 후유증이 남아 있다"며 "영화 <26년>에 잘 나오지 않나, MB가 펼쳤던 사람을 죽이는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고통의 연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명진 스님은 "최근 2~3일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절집의 스님들은 대개 박근혜 지지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화를 돌려보니까 젊은 스님들은 전부 문재인 지지였고 종중 스님들은 전부 박근혜 지지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정말 젊은이들의 투표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표하면 바뀐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런데 투표 안 하면 5년 더 고생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노예적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명진 스님은 "노예적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투표해야 한다"며 "혈서 쓰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뒤 일본군에 입대한 다카키 마사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지적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말은 현대사의 획을 긋는 대단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명진 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MB정부 5년간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뒤집어버리는 것도 국민 몫"

- 그간 꽤 긴 기도를 올렸다고 들었다. 어떤 기도를 올렸나.
"삼칠일간 잠을 안 자고 기도하기로 작정했다. 요즘은 진짜 나라 걱정 때문에 잠도 안 온다. 그래서 내가 지난 10월 14일부터 시작해서 11월 6일까지 21일간 기도를 올렸다. 정권교체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직접 전화도 걸었다. MB를 탄핵시키지는 못해도 그 정도의 나쁜 대통령이라는 얘기를 꼭 해야 한다고 언질했다. 그런데 이분이 너무 점잖으셔서 그런지, 아니면 수행자인 나보다 더 수행이 잘된 분이라 그런지 정말 자비심이 넘쳐서 그런 말씀을 못하시더라.(웃음)"

- 대통령 선거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올 대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나.
"이번 선거는 첫째 국민이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야 하는 선거다. 인도의 청견 스님이 다람살라에서 10시간 넘게 달려 델리에 가서 투표를 했다고 전해줬다. 그러면서 이 분이 하신 말씀이 딱 한마디다. '바꿔야 한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우리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왜냐. 우리가 선택을 잘못한 죄다. 어떤 대통령이든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은 물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그 물에 뜬 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을 띄운 것도 국민이고, 맘에 들지 않으면 뒤집어버리는 것도 역시 국민 몫이다."

- 또 어떤 성격이 있나.
"이번 대선은 '이명박-박근혜' 대 '문재인-안철수'의 대결이다. 거짓과 위선, 절망의 MB시대를 5년 더 연장할 것이냐, 아니면 진심과 희망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냐 그 대결이다. MB 5년 어땠나. 절망의 시대였고 고통의 시대였다.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 수 있나?"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과거청산에 미흡했다는 비판인가.
"김종태라는 분이 있다. 이분이 지금 62세다. 이분이 불과 17살이던 1967년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간부가 됐다는 누명을 쓰고 1975년부터 5년 10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고문도 당했다. 이런 일이 전부 박정희 유신시절 빚어진 일이다. 이분에 대한 재심에서 판사가 이런 말을 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청춘과 소중한 꿈을 잃어버렸던 30여 년 전 한 재일동포 청년의 희생에 대해 조국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다. 이것이 바로 박정희시대에 벌어졌던 사법부의 횡포에 대한 사과요 반성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 역시 아버지 시대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 제대로 된 과거청산 없이 새로운 미래로 갈 수는 없다는 말씀이신가.
"아직도 우리는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갈등과 후유증이 남아 있다. 독재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영화 <26년>에 잘 나오지 않나. MB가 펼쳤던 사람을 죽이는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고통의 연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 MB정권 하에서 정말로 많은 죽음의 행렬이 있었다.

용산에서 6명의 국민이 불에 타 죽었다. 쌍용차 문제로 23명이 자살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MB정권은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이렇게 부도덕한 정권이 있을 수 있나. 파시즘적 행태다. 그런데도 자꾸 노무현을 끌어들인다. 새누리당 지도자 가운데 다소간의 친인척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던진 사람이 있나. 어디서 그렇게 뻔뻔한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박근혜가 MB 통렬하게 비판하고 탄핵한다면... 지지할 생각 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MB와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MB와 다르다면 MB를 통렬하게 비판해야 한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MB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탄핵한다면 나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다. 박근혜 후보는 MB 당선 직후 대통령 특사로 중국에 갔다. EU, 헝가리, 덴마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까지 갔다왔다. 올 9월에는 청와대에서 둘이 만나 100분간 단독회담까지 했다. 썩은 정권과 손을 잡았다. 결국 범죄자 정권의 뒤를 밀어주다 이제는 자신이 나선 격이다."

-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MB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인가.
"그렇다. 다른 것은 다 빼고 박원순 서울시장만 생각해보자. 용역업체 청소노동자 6465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장이 바뀌니 비정규직이 정규직 됐다. 월급도 131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올랐다. 시장이 바뀌니 월급까지 오른다. (웃음)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 그런 거다. 정치가 바뀌면 국민이 혜택을 입는 거다."

- 박원순 시장과 평소에도 만나나.
"시장에 취임한 뒤 첫 번째 지방행으로 월악산 보광암에 방문한 일이 있다. 내가 아니 산골에 오면서 왜 양복차림이냐고 하니까 그날 서울역 노숙자가 한 명 사망해서 문상가려고 차려 입었다고 했다. 자신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거리에서 주무시다 얼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싶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침울해했다. 그래서 그분 가시는 길에 꽃 한 송이 놓고 싶어서 양복 입고 산에 왔다고 했다. 이게 보살이다. 정치지도자는 이래야 한다. 고문해서 억지자백 받아 감옥 보내고 죽이는 게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지도자다."

- 그에 비하면 박근혜 후보는 부족한 게 많은가.
"박 후보는 자꾸 과거를 역사에 맡기자고 한다. 그런데 역사가 무슨 전당포냐? 자꾸 맡기게? 그리고 전부 자신과 관련된 과거만 역사에 맡기자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끊임없이 노무현정부를 들어 과거에 대해 책임지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의 허물을 짊어지고 목숨으로 답했다. 부끄러움을 자신의 목숨으로 다 표현했다. 보수진영에서 자기허물 갖고 목숨으로 사죄하고 참회한 사람 있나. 정말 뻔뻔스럽게 살고 있지 않나."

- 사찰에서 만난 시민들의 대선 민심은 어떤가.
"2~3일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절집의 스님들은 대개 박근혜 지지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돌려보니까 젊은 스님들은 전부 문재인 지지였다. 물론 종중 스님들은 전부 박근혜 지지자다. 바닥정서가 문재인이더라.

그래서 이번 대선은 정말 젊은이들의 투표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투표하면 바뀐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투표 안 하면 5년 더 고생해야 한다. 5년이 아니라 더 길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재벌과 의회권력, 종편과 보수언론, 게다가 정부까지 다 가져가면 그야말로 우리는 일본의 자민당 50년 역사처럼 보수정치의 긴 서막을 열어주는 것이 된다. 젊은이들이 투표 안 하면 노예적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노예적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투표해야 한다."

"MB정권은 걸레정권, 빨지도 않은 걸레를 행주라 속여 다시 써달라 요구"

- 거리엔 문재인 후보 지지자가 많지만 정작 여론조사는 뒤진다. 왜 그럴까.
"나는 여론조사 신뢰 안 한다. 최문순-엄기영 강원지사 선거 때 20%P차로 진다도 했는데 이겼다. 한명숙-오세훈도 엄청 큰 차이로 진다고 했는데 고작 0.5%P차로 졌다. 물론 이번 대선 보수진영이 똘똘 뭉쳤다.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여기서 젊은이들이 투표 안 해서 밀리면 재벌위주 정책이 계속 될 것이고 제일 큰 피해를 볼 집단이 바로 2030 청년계층이다. 한국 젊은이는 비참한 노예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 두 차례 이어진 TV토론은 어떻게 보셨나.
"한국정치에서 처음으로 현대사가 주요 쟁점이 되도록 만든 토론이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말한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혈서 쓰고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며 일본군에 입대한 독재자의 딸. 그 생얼을 보여주는 데 이정희 후보의 공로가 컸다고 평가한다. 이번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한 역할은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에 획을 긋는 대단한 사건이라고 본다."

- 이정희 후보가 공격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층은 40%로 굳건하다. 왜 일까?
"해방 이후 반공교육 때문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6.25 전쟁에 대한 상처가 크다. 대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정치에 많이 반영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전쟁 나면 한반도는 쑥대밭이 된다. 전쟁을 억제하면서 북쪽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국가권력이 자기국민을 굶주림에 빠뜨리는 것, 자유를 억압하는 것, 문제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북쪽사회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전쟁 나면 가장 먼저 도망칠 게 병역기피자다. 이.명.박. 하하하하."

- 결국 올 대선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나.
"새누리당으로 MB정권이 연장된다면 우리 중 누가 비정규직이 되어 떠돌지 모른다. 쌍용차의 노동자처럼 목을 매달아야 할지 모른다. 용산참사와 YTN 기자들처럼 터전에서 쫓겨나야 할지 모른다. 김제동, 김미화, 정연주, 서기호 등등 다 쫓겨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표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걸레정권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말이 있는데 빨지도 않은 걸레를 행주라고 속여서 다시 써달라고 요구한다. 걸레를 행주로 쓰면 세균에 감염된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김영삼계, 이인제와 이회창 대표 등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한국정치는 어디로 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