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갈라파고스 탈출한 디빅스 플레이어 (티즈버드 F30)

지난 9월 13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8 시험판을 공개했다.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은 PC 뿐 아니라 태블릿과 스마트폰에도 그대로 쓸 수 있는 통합 OS라는 것이다. 구글도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나뉜 안드로이드를 한데 묶는 건 물론 장기적으론 PC용인 크롬과도 합칠 계획이다.

이런 변화를 보면 태블릿과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는 물론 TV와 가전 주변기기, PC까지 결국 같은 운영체제, 같은 플랫폼, 하나의 시장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옮겨올 뿐 아니라 앱 같은 콘텐츠 인프라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운영체제 하나 바꾼 일 이상이다.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 삼은 내비게이션이나 MP3 플레이어, TV와 셋톱박스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티즈버드 F30 역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디빅스 플레이어다.

제조사 측은 이 제품이 오픈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지원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4세대 미디어 플레이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기존 디빅스 플레이어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을까?


티즈버드는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운영체제로 삼은 미디어 플레이어다. 구형TV에 연결하면 스마트TV처럼 활용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 불편한 앱 활용, 그래도 매력적이다

티즈버드에 들어간 안드로이드 버전은 2.3 진저브레드다. 일반 디빅스 플레이어와 다른 점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처럼 애플리케이션, 앱을 깔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스마트TV가 아니더라도 구형 TV를 통해 앱을 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티즈버드에서 앱을 즐기려면 사용자가 조금 '스마트'해야 한다. 구글 인증을 받은 게 아닌 탓에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손쉽게 앱을 내려 받을 수는 없다. 물론 제조사 측은 구글 인증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웹앱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앱을 내려 받아서 쓰려면 APK 파일을 따로 받아서 설치해야 한다. 4셰어드( www.4shared.com ) 같은 곳에서 품을 팔아 직접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디빅스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아직까지는 어둠의 루트로 나서야 한다.

또 오픈GL 3D 게임이나 앱 등을 실행할 수 있지만 앱 구동 방식이나 화면 종횡비, 터치 같은 입력 방식이 맞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는 앱도 상당하다. 물론 이 문제는 티즈버드의 문제라기보다는 안드로이드 마켓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쪽에 있겠지만. 그 밖에 일부는 설치나 실행 과정에서 마우스나 키보드를 필요로 한다. 제품만 보자면 본체 외에 키보드나 마우스는 옵션일 뿐이다. 하지만 앱을 제대로 즐기겠다면 실제로는 이들 제품도 모두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앞면에는 전원 버튼 하나만 자리잡고 있다. 스탠바이 모드를 지원, 스마트폰처럼 2초면 작동 상태로 바뀐다.


외부 단자는 화려하다. HDMI 1.3a와 컴포넌트, 콤퍼짓 동영상 출력 포트는 물론 동축과 광출력, RCA 스테레오 출력도 갖췄다. USB 2.0과 3.0 포트,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까지 두루 지원한다.


본체 옆면 단자에 USB 동글을 끼우면 IEEE 802.11n 무선랜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멍에도 불구하고 티즈버드가 꽤 매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서두에 언급했듯 결국 플랫폼이나 하드웨어로 인한 자연 장벽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사는 올해 4분기 안에 자체 웹마켓을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즈버드로 앞으로 더 즐길 거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네트워크와 접목하지 못하는 하드웨어는 망한다고 했다. 티즈버드는 앱 연동은 물론 풀 웹브라우저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연결은 필수다. 본체에는 기가비트 이더넷 유선 랜 포트는 물론 USB 동글을 끼우면 IEEE 802.11n 무선랜도 즐길 수 있다. 물론 운영체제의 드라이버 호환을 감안하면 USB 동글도 호환 여부는 미리 따져봐야 한다.

아쉽게도 무선랜 암호가 문자열일 경우에는 또 마우스나 키보드가 필요하다. 이럴 땐 리모컨이 원망스럽다. 문자열 입력 정도는 리모컨으로 해결하게 하거나 스마트폰 앱에 리모컨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티즈버드는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세컨드드라이브 앱 설치 기능을 지원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티즈버드에 저장해둔 동영상 파일을 세컨드드라이브에 올리고 이를 다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감상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아예 티즈버드가 NAS 기능을 갖췄다면 개인용 클라우드 센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티즈버드에 담긴 멀티미디어 파일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곧바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 구현은 한번쯤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적극적인 네트워크 포용은 반갑다. 10월말 예정이긴 하지만 네트워크에 접속한 상태라면 펌웨어 업데이트도 티즈버드가 알아서 서버에 자동 접속해 최신 버전을 받아 스스로 설치하게 될 계획이라고 한다.

■ 부팅 2초, 나무랄 데 없는 디빅스 기능

티즈버드의 미디어, 그러니까 디빅스 플레이어 기능은 나무랄 게 없다.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삼은 덕에 스마트폰처럼 스탠바이 모드를 지원, 2초 가량이면 언제든 전원 버튼을 켜고 기능을 써먹을 수 있다.

리눅스를 활용했던 기존 디빅스 플레이어는 불안정한 요소가 많았지만 티즈버드는 상대적으로 꽤 안정감을 준다. 물론 리눅스가 불안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보통 중소기업이 직접 리눅스로 알아서 만들다보면 불안정한 모습이 많았다는 얘기다. 티즈버드 역시 아직 자잘한 버그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모습은 양호하다. 유저 인터페이스 역시 태블릿처럼 커버뷰(Cover-View) 형태 메뉴를 지원한다. 엔지니어적 감각을 요구했던 기존 디빅스 플레이어보다 훨씬 편하다.


서랍형 3.5인치 하드디스크 베이를 갖춰 용량 확장도 쉽다. 다만 제품 구입 전 호환성 여부는 확인하는 게 좋겠다.


리모컨은 다소 아쉽다. 디빅스 기능을 써먹을 땐 좋지만 앱이나 웹 활용 쪽으로 가면 키보드나 마우스 도움이 절실해진다.

또 사양 보면 알 테니 나열은 안 하겠지만 웬만한 코덱은 다 지원한다. 동영상과 음악, 이미지 파일 모두 그렇다. 동영상 해상도는 1080p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며 음악의 경우 돌비 디지털과 DTS 다운 믹싱이나 패스스루 모두 가능하다.

외부 연결 포트의 경우 컴포넌트나 콤퍼짓 외에 HDMI 동영상 출력은 물론 동축과 광출력, 스테레오 RCA 출력 모두 지원한다. 다만 칩셋 지원 문제지만 HDMI 지원 규격은 1.3a다. 3D 영상은 볼 수 없다.

티즈버드에는 3.5인치 서랍형 트레이가 달려 있다. 이곳에 SATA 하드디스크를 끼우면 10GB 이상 넉넉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USB 2.0 호스트 포트 3개와 USB 3.0 디바이스 포트 1개까지 더했다. 웬만한 건 다 연결할 수 있다. 다만 하드디스크의 경우 SATA 6Gbps나 일부 제조사 모델은 점퍼 설정을 다시 하거나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하드디스크를 추가하기 전에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티즈버드는 하드디스크 파티션은 4개까지 인식할 수 있다.

■ 줄줄이 앞둔 기능 추가, 이 제품은 아직 진행형

자체 앱 마켓은 앞으로 열 예정이다. 9월 말까지 끝낼 계획이라는 3D MKV 지원도 몇 일 전 마무리됐다. 10월 말까지는 네트워크 공유 기능을 지원, PC와 폴더를 공유할 수도 있다. 펌웨어 자동 업데이트 역시 이 기간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티즈버드의 기능 추가는 아직 진행형이다. 아직 불안한 면도 없잖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이 제품이 단순한 디빅스 플레이어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즐길 혜택도 많다. 지루하지 않은 부팅, 인터넷 서핑,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과정이 복잡하다면 복잡하지만 설치하고 나면 즐길 거리가 늘어날 앱까지.

이런 점 몇 가지만 봐도 지금 미디어 플레이어 사겠다면 손해볼 건 없는 제품이다. 구형 TV를 스마트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거머쥘 수 있다. 1990년대 일본 IT산업은 자기 시장에만 주력하다가 고립된 생태계로 인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겪어야 했다.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 디빅스 플레이어보다 이 제품을 돋보이게 만들 충분한 요건이 될 것이다.